"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하루키의 만트라였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달리기에 관한 책이 아니었다. 하루키가 달리기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솔직히 낯설었다. 이런 에세이를 읽은 게 몇 년 만인지도 모르겠다. 학부생 시절에는 전공서적이나 개발 관련 책은 종종 읽었지만, 에세이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래서 초반에는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보고 뭘 느끼라는 거지?" "이 사람 인생 이야기인데, 나랑 무슨 상관이지?" 그냥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읽다 보니 조금씩 시선이 바뀌었다. 이 책은 단순히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멈추지 않고, 자기 페이스로 계속 나아가는 삶이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취업 이후 한동안 목표를 잃고 약 1년 가까이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스터디와 부트캠프를 시작했고, 지금은 다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꾸준한 걸까?"
"그냥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꾸준함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또 하나는 '비교'였다.
책에서 하루키는 남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페이스로, 자신만의 기준으로 달린다고. 레이스에서 중요한 건 남을 이기는 게 아니라, 어제의 자신보다 나아지는 것이라고. 이 부분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항상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 "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부여였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에서는 이직해서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 앞서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더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다.
하루키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글을 쓰기 위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 달리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 지점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걸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스터디를 하고, 공부를 하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중심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원래의 목표는 분명했다. 더 성장해서 인정받고, 더 나은 환경으로 이직해서 가족과 내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삶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목표가 예전처럼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직을 하면 그 다음에는?" "그 이후의 나는 무엇을 위해 움직일까?"
취업을 했을 때처럼 다시 방향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의 나는 더 흔들리고 있다.
10년 넘게 만난 연인과 한 달 전에 이별을 했고, 그 이후로는 일상이 많이 무너졌다.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아졌고, 회사에 가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터디만큼은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걸까?"
이직 준비 역시 쉽지 않다. 수십 개의 지원 중 일부만 면접까지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의 탈락을 경험했다. 최종 합격을 받은 곳도 있었지만, 연봉 조건이 맞지 않아 선택하지 않았다. 그 선택 이후로는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나는 과연 이직할 수 있을까?" "이 방향이 맞는 걸까?" 동기부여도 예전 같지 않다. 'Just do it'처럼 그냥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막상 그것을 계속 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동기부여가 없는 상태에서도 꾸준함이 가능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쉬어야 하는 시기일까?" "아니면 계속 나아가야 하는 걸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기서 멈추면 이 상태가 너무 길어질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책에서는 말한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라고.
지금의 나는 고통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도망치고 있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멈추지는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느낀 꾸준함은 단순히 열심히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고, 방향을 잃고,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완전히 내려놓지 않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조금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순간의 나는 그 상황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선택했고, 그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확신하고 나아가는 상태는 아니지만, 적어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고 있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은 그 질문을 계속 붙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나는 특별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무너지지 않고, 놓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과정 속에서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